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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래된 꽃밭

/ 2014. 1. 12. 16:39

오래된 꽃밭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김륭

산등성이 위에 덩그러니 달이 떠 있었다.
마른 웅덩이처럼 비어있었다.
훌쩍,늙어버린 아내가 그걸 머리에 이고 산책하고 싶다고 졸랐다.
나는 바람을 피울 수 없다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.
한 걸음 두 걸음 그녀의 발이 시들기 시작했다.
자꾸 어두워지고 있었다.
달이 바짝 마른 입안 가득 고인 제 살을 빛으로 흘리듯
아침이 오기 전에 깜깜하게 몸을 비워야 하듯
그녀 또한 비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.
달이 웃고 있었다.
죽음에 돼지머리 눌려 사는 일이 다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.
죽도록 사랑하는 일 또한 그런 거라고
몸이 마음을 흘려 비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.
그날 밤 나는 있는 힘껏 울었다.
그녀에게 물을 주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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